면적 3.8㎢, 해안둘레 11km. 여의도 면적의 반도 안 되는 크기의 작은 섬 삽시도는 해수욕장이 올망졸망 섬 주변을 수놓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그 틈새 갯바위가 발달한 곳은 기암괴석이 수려한 경관을 연출하는가 하면 섬의 동쪽 밤섬 앞 해안은 삽시도를 찾아온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해수욕장만 빼고 해안 전체가 삽시도 어민들의 공동 양식장이라서 어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지만, 이곳만큼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갯벌이기 때문이다. 어민들이 섬을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해안의 일부를 비워두고 섬마을 여행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담아갈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한 공간이다.
삽시도에는 마을 사람들이 아끼고 자랑하는 3개의 보물이 있다. 황금곰솔과 물망터, 면삽지가 그것. ‘황금곰솔’은 솔잎이 금빛을 머금은 금송으로 50년 안팎의 젊은 나무이지만 그 희소가치를 나이에 빗댈 수는 없는 일, 마을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나무이다. 또 하나의 보물 ‘물망터’는 바닷물에 잠겼다 나타나 신비감을 더하는 바닷가 샘터이다. 물망터는 삽시초등학교 학생들의 소풍명소로 마을 어른들은 어릴 적 소풍의 추억으로 물망터 물맛을 이야기한다. 다음으로 ‘면삽지’가 그 세 번째. ‘면할 면’자를 써서 삽시도를 면한 땅이라는 의미다. 밀물 때 길이 끊겨 걸어서는 갈 수 없는 섬이지만 썰물 때면 길이 다시 이어지는 이곳은 해식동굴에서 솟는 샘터의 물맛 또한 빠지지 않는다.
섬마을 고샅길을 지나 황금곰솔, 물망터, 면삽지 등 삽시도의 바닷가 명소를 두루 돌아보며 송림을 거닐다, 경치 좋은 전망대에서 잠시 쉬면서 유유자적 걷다 보면 또 다른 섬마을로 이어지는 길. 이 길은 삽시도의 남쪽 끝 마을과 북쪽 끝 마을을 잇는 삽시도 둘레길이다. 밤섬선착장에 술뚱선착장(또는 그 반대, 물때에 따라 기점이 다름)까지 6.2km, 금송사에서 진너머해수욕장 인근까지 2km 구간은 섬의 서남쪽 바닷가 붕긋댕이산(114.2m) 허리를 개척한 자락길이다. 밤섬선착장에서 금송사 1.6km, 진너머해수욕장 남쪽 언덕에서 술뚱선착장까지 2.5km는 이웃과 이웃, 마을과 마을을 잇는 삶의 소통로. 섬마을 풍경 속으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삽시도둘레길의 시작 밤섬선착장에서 금송사까지 1.6km
※일러두기 : 취재 당일 밤섬선착장에서 하선하여 둘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술뚱선착장 하선 시 본문의 ‘코스안내’를 참고하여 기점은 술뚱선착장에서 진너머해변을 향하여 역순으로 걷기여행을 하면 된다.
한적한 섬마을 바닷가 밤섬선착장. ‘밤섬’이라는 전통지명을 가진 마을에 있는 선착장은 지명을 따 이름 지었다. 208세대 400여 명의 섬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삽시도의 남동쪽 해안에 둥지를 튼 이 마을의 가구 수는 어림잡아 열댓 채, 삽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의 북쪽 술뚱마을에 비하면 외진 마을이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걸음을 옮기면 고샅길로 들어서는 길목에 민박집 ‘파도소리’의 표석을 보았다면 그 옆에 조그마한 팻말이 눈에 띌 것이다. ‘밤섬해수욕장 둘레길 가는 길’ 남색바탕에 흰 글씨의 팻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돌아서서 마을로 들어서면 삽시도 둘레길 걷기여행의 첫발을 제대로 내디딘 것이다.
섬마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길은 제법 넓어 허전한 기분까지 드는 밤섬마을에 들어서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송림을 헤치고 나 있는 한적한 포장도로를 따라 걷게 된다. 걷다가 처음 나오는 삼거리에 닿는다면 왼쪽 길로 방향을 틀 것. 왼쪽 길로 들어서니 조붓한 오솔길이 제법 운치 있다. 소나무 숲이 가로수를 대신하여 길을 수놓는 이 길을 걷다 보면 길가 작은 연못만 한 습지가 반긴다. 초가을 푸른 하늘을 머금은 습지의 반영에 잠시 머문 발길, 이어가면 다시 나타나는 삼거리에서 다시 왼쪽으로 길을 잡을 것. 비포장도로가 반가운 길이 이어진다.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는 삼거리에서 100m 남짓, 연등을 달아놓은 삼거리에 닿으면 이곳에서는 오른쪽으로 길을 잡으면 된다. 금송사로 가는 길목이다. 길의 초입에 연등을 달아놓아 눈짐작만으로 절집 가는 길임을 알 수 있는 이 길은 무성한 소나무 숲 오솔길이 운치를 더한다. 구불구불 숲을 헤쳐 가는 조붓한 오솔길이 정겨운 이 길의 끝 해안은 섬의 남쪽에 있는 밤섬해수욕장, ‘수루미해수욕장’이라고도 부른다. 거멀너머, 진너머, 수루미…. 삽시도에 있는 세 개의 해수욕장 중 규모가 제일 크면서도 외진 곳에 있어 여름철 성수기에도 번잡하지 않은 곳이다.
삽시도 둘레길의 진수 붕긋댕이산 자락길 4.3km
밤섬해수욕장에서 시작하여 진너머해수욕장 남쪽 언덕까지 3.8km 구간의 둘레길은 보령시가 ‘명품섬 베스트 10 사업’의 하나로 삽시도에 조성해놓은 붕구뎅이산 자락길이다. 섬의 남서쪽에 펑퍼짐하게 솟아있는 언덕 ‘붕구뎅이산’의 서쪽 자락에 조성한 운치 있는 이 길은 황금곰솔, 물망터, 면삽지 등 ‘삽시삼보’를 굴비 엮듯 엮어놓은 길이다.
금송사에서 황금곰솔까지 1.00km
이 길을 가자면 밤섬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해발 고도 114.2m의 산허리쯤, 황금곰솔/물망터 갈림길이 있는 곳까지는 0.2km의 거리를 두고 50m의 고도를 높여야 한다. 가파르지만 짧은 구간이니 어렵지 않게 오른 삼거리에서 길은 갈린다. 동쪽 해안길로 길을 잡아 황금곰솔을 찾아 발길을 옮기는 붕구뎅이산 동남쪽 자락길로 들어선다.
삼거리에서 황금곰솔까지 0.8km의 구간 중 처음 0.3km는 32.6m의 고도를 높이는 구간으로 오솔길과 바다의 풍경이 있는 아름다운 자락길을 걷게 된다. 길의 끝 조망 포인트에서 풍경 감상을 한 후 서쪽 자락길로 들어서면 0.5km 지점 곰솔이 있는 바닷가까지 8m의 해발고도를 낮추는 구간이다. 삽시도의 황금곰솔은 ‘보령시 보호수 제2009-4-17-1호’로 수령 40, 높이 8m,가슴높이 둘레 77cm의 나무다. 곰솔은 소나뭇과로 잎이 소나무 잎보다 억세서 곰솔이라 한다.
황금곰솔에서 물망터까지 1.2km
황금곰솔에서 친절한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길을 잡아 물망터로 향한다. 물망터는 붕긋댕이산이 서남쪽으로 자락을 내린 해안에 있는 곳으로 해안에 기암괴석과 갯바위가 발달한 곳이다. 해안에 면한 언덕에 제법 큰 평지가 있는 것을 보니 해마다 소풍은 물망터로 왔다는 마을 사람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갯바위가 있는 해안 또한 가장자리에 앉아 쉬기 좋은 자그마한 백사장도 있는 아담한 곳. 호도, 녹도 등 유인도와 그 주변의 무인도가 앞바다를 수놓고 있어 경관도 아름답다.
물망터에서 붕긋댕이산 시작점까지 2.1km
물망터 해안을 뒤로하고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길을 잡으면 송림자락길이 제 모습을 갖추고 반긴다. 산모퉁이 돌고 돌아 걸으며 바다 풍경을 품에 안기도 하고, 길을 걷다 보면 거짓말처럼 나타나는 전망대, 그곳에 서면 “와락” 바다 풍경을 끌어안지 않을 수 없다. 전망대에서 바다와 민얼굴로 만나고 숲 속의 자락길을 걸으며 숲 너머 바다와 이야기하다 보면 면삽지로 내려서는 길목에 다다른다. 35m의 해발고도를 낮춰 면삽지에 내려선 다음 면삽지에서 71m의 고도를 높여 자락길로 올라서면 또다시 면삽지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발길을 잡는다. 붕긋댕이산 자락길은 진너머해수욕장 너머로 안면도가 조망되는 전망대를 지나 삼거리에서 끝난다.
진너머해수욕장 남쪽 언덕에서 술뚱선착장까지 2.5km
삼거리에 다다랐다면 왼쪽으로 길을 잡을 일이다. 진너머해수욕장을 지나 술뚱마을을 지나고 술뚱선착장에 이르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 언저리에 펜션들이 밀집해있는 진너머해수욕장은 바닷가로 튀어나온 언덕을 사이에 두고 거덜너머해수욕장과 이웃해 있는 아담한 해수욕장이다. 규모는 두 해수욕장 모두 길이 500m 남짓 고만고만하다. 두 해수욕장 모두 찰모래 백사장이어서 바닥이 단단한 것이 특징, 완만하게 경사진 모래사장은 물이 들어와도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과 마음 놓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진너머해수욕장을 뒤로하면 술뚱마을로 접어들게 된다. 밤섬마을에 비하면 술뚱마을은 삽시도의 번화가다. 보건소, 파출소, 해안경찰출장소, 발전소, 삽시초등학교, 삽시도연안여객터미널 등 삽시도의 주요기관과 시설이 모두 모여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손바닥만 한 논 한 자락 없는 밤섬마을과는 달리 20가구의 주민들이 논농사와 밭농사를 지어 살 수 있을 정도로 농경지도 발달해 있어 문전옥답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마을도 술뚱이다. 술뚱마을에 가거든 오천초등학교 삽시분교는 꼭 들러볼 일이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7명의 아이가 이 학교의 전교생. 작고 아담한 교정이 예쁘기까지 하다. 배를 타기 위해서는 꼭 들러야 하는 삽시도여객터미널에 가면 표만 달랑 사가지고 나오지 말고 대기실에 앉아 문밖을 내다볼 일이다. 문밖에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